
경주시의원이 그렇게 높은 벼슬인가? 뜻대로 안 되면 물고 뜯고, 공무원을 범죄자 취급하고...
시의원 막말에 공무원들 모욕감 호소
20일 본회의 앞두고 논란 예상
지난 2일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외동3산단 내 시유지 매각을 포함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심의한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로 가결했다.
7명의 의원이 각자의 소신과 판단에 따라 표결에 참여했고, 그 결과 과반수인 4명이 찬성해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반대한 의원들은 표결이 끝난 후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찬성한 의원을 불러 호통을 치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집행부의 행정 전반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소신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다른 의원들의 소신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자신의 주장만 관철하는 제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토론과 표결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제도다.
더욱이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한 심의와 토론을 거쳐 표결까지 마쳤다면, 그 결과는 우선 존중돼야 한다.
의원들의 의견을 서로 존중하지 않고, 표결 결과까지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안건이 본회의에 넘어간 뒤 다시 이의를 제기해 결국 가부결로 결정된다면, 굳이 상임위원회를 둘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논란속에 공무원들은 경찰 출신인 P 의원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흑막·외압' 의혹과 막말로 공무원들에게 질의한 태도를 문제 삼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경찰 출신인 P 의원은 외동3일반산업단지 편입 시유지 매각 심의 과정에서 과거 해당 매각 건과 관련해 경찰이 산림 부서를 압수수색하고 서류를 압수한 사실이 있는지 질의했다.
이에 그러한 담당 공무원은 사실이 없다고 분명하게 답변했음에도, 해당 의원은 당시 시유지를 매각했다면 경찰 수사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외부 압력이나 연락 여부를 추궁하며 '흑막'이 있다는 취지로 질문했고, 담당 공무원이 관련 사실이 없다고 답변하자 "후회하지 않냐"라는 발언까지 했다.
성명서에는 이러한 질의가 행정의 적정성을 확인하기보다는 의혹을 사실로 전제하고 공무원의 답변을 몰아붙이는 고압적인 방식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 출신이라는 경력을 앞세워 확인되지 않은 수사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공무원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성명서에는 경찰 경력이 의회에서 공무원을 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공무원들을 범죄자 취급하듯 압박하고 추궁하는 모습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시의원에게 주어진 행정 감시·견제권이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처럼 몰아세우거나 인격을 침해해도 된다는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다.
특히 공무원들이 성명서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 자체를 경주시의회는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시의원에게 주어진 행정사무감사와 조사, 질의 권한은 시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지 공무원 위에 군림하라고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
지방의회는 의원 개개인의 독립적인 판단과 소신을 존중하면서 토론과 표결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의결기관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표결 결과를 존중하고, 다수의 결정과 소수의 의견을 함께 존중하는 것이 지방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심의는 찬성한 의원에게는 찬성할 권리가 있고, 반대한 의원에게는 반대할 권리가 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표결이 끝난 뒤 자신의 뜻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동료 의원을 질책하거나 압박하는 행위는 의원이 아닌 깡패가 하는 일이다.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해당 안건에 대한 이의제기가 이뤄지고 다시 표결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됐더라도 본회의에서 이의제기를 통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동료의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표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본회의에서 무조건 다시 이의를 제기해 가부결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면 상임위원회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자신의 뜻대로 표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본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해 이미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된 안건을 다시 표결에 부치는 것은 동료 의원들의 독립적인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인지 되묻게 한다.
물론 본회의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의원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한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번 이의제기를 통해 표결 결과를 뒤집으려 한다면, 상임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상임위원회의 역할과 권위는 약화될 수밖에 없으며, 의원 개개인의 소신에 따른 표결마저 존중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찬성에 이유가 있고 반대에 이유가 있다. 경주시민을 위해 찬성이 좋은 것인지 반대가 좋은 것인지를 따지기 전에, 그렇게 죽자고 반대하는 이유가 진정 경주시민을 위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명서에는 이번 안건을 반대한 K 의원과 해당 안건의 이해관계자인 광업권자 H모 씨의 관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K 의원이 광업권자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밝히고, 의정활동 과정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면 사적인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의원은 시민이 선출한 대표이지, 동료 의원이나 공무원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경주시의회와 집행부 역시 상하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법적 권한과 책임에 따라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적 기관이다.
시의원에게 행정사무감사권과 조사권, 예산심의권 등이 주어져 있지만, 이는 시민을 대신해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것이지 공무원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함부로 질책하라는 특권이 아니다.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눈치를 보거나 부당한 요구에도 쉽게 반박하지 못하는 것은 의회의 감사권과 예산심의권 등이 행정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의원은 공무원의 직속 상관이 아니며, 개별 의원에게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인사권이나 징계권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공무원 역시 의원 앞에서 자신의 인격과 명예까지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의회의 권위는 의원이라는 직함이나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민을 위한 책임 있는 의정활동과 합리적인 판단, 그리고 동료 의원과 공직자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